2015~2019/2017

[스바호쿠] 막이 오르다.

POSTED ON 2017. 12. 16. 23:59

[스바호쿠] 막이 오르다.

* 받는 입장의 호쿠토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 #스바호쿠_웨딩합작

 

 

 

 

무덤덤한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던 웨딩페스의 막이 올랐다. 그리고 그 일을 회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따금 무덤덤한 사람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무덤덤한 사람……. 히다카 호쿠토는 그들이 평가하는 자신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 * *

 

웨딩페스를 알리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던 소란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다. 누군가의 턱시도를 본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큰 벽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 할 것도 없이 설레는 일 중 하나였다. 여러 사정 시간이 지나고 3학년에 오르고 나서, 멤버간의 사소한 다툼도 있었다 이 있었던 것을 알 길이 없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트릭스타의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아름 안은 꽃을 건네주는 입장이면서도, 자신들 나름대로는 신부에 이입이라도 한 것인지 마냥 수줍은 표정이었다.

 

홋케~! 하고 발랄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곧 호쿠토는 과 같은 우스운 글자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소리를 내었다. 어느새 호쿠토의 등에 업힌 스바루는 제 몸무게를 실어 전속력으로 달려온 것은 까맣게 잊었는지 조금 더 건강을 챙겨야겠네!”와 같은 말이나 하며 웃었다. 그가 호쿠토를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스바루의 그 말에 함께 웃었다. 그 중의 몇몇은 보기 좋은 모습이라며 스바루와 호쿠토의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고 있기도 했다.

 

소문을 팍팍 내달라는 스바루의 말에, 호쿠토는 뒤를 돌아 스바루의 이마를 밀었다. 꼭 붙어 있던 힘은 자연스레 빠지고 순순히 뒤로 밀린 스바루는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습니다.”라고 제법 정중하게 인사했다. 호쿠토는 습관적으로 스바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말이라도 좀 하고 달려왔더라도 용서는 하지 않았겠지만……, 으로 시작한 말은 제법 긴 설교로 이어졌다. 호쿠토의 그런 나름대로는 걱정 어린 설교의 시작을 알아챈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비키기 시작했다. 호쿠토는 제 설교가 끝나갈 무렵이 되어서야 주변 사람들이 모두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것도 익숙한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케호시.” 호쿠토는 스바루를 부르고 무언가 말을 하려고 입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스바루는 호쿠토의 입모양을 보고도 뭐라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호쿠토가 무어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서 받아 품 안에 안겨있는 풍성한 꽃다발만 뚫어져라 보고 있을 뿐이었다.

 

* * *

 

이후로도 Trickstar의 멤버들은 꽤 자주 꽃다발을 받았다. 처음에는 민망해하며 웃었던 마오도, 꽃다발은 도무지 견딜 수 없다며 도망다니던 마코토 역시 적응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 중에서 가장 발전이 없는 사람을 굳이 꼽아보자면 (놀라우면서도 당연하게도) 호쿠토였다. 주는 이들에게 늘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서도 별 감정 없이 받는 호쿠토였다.

 

모두들 받는 게 너무 건조하다고 그래, 신경 좀 써봐. 결국 호쿠토는 이런 충고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력하겠다고 했다. 어느샌가 이렇게 정체된 텐션을 유지하게 된 호쿠토는 노력을 약속하면서도 제 감정을 잘 눌러둔 것 같아 보였다.

 

있지, 홋케?” 뒤에서 어쩐 일인지 매달릴 것을 예고한 스바루는 나머지 멤버들에게 가벼운 윙크나 한 번 날리고는 말았다. 그의 신호를 알리 없는 마코토는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무슨 일이지?” 호쿠토는 스바루 나름대로 한 의외의 예고에 제법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스바루를 쓰다듬어주었다. 꼭 개 대하듯 하네. 마오는 괜히 한마디를 해 분위기를 적당히 죽이고는 그대로 나왔다.

 

* * *

 

그들의 하루는 그렇게 건조했다. 처음의 열정에 찼던 무대와는 확실히 달랐다. 주제가 주제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짧지 않은 기간동안 내내 붙어 있어온 이들 사이에서 스파크처럼 이는 변화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준비했던 웨딩페스는 끝내 호쿠토를 향해 노골적으로 가졌던 소녀들의 설레는 마음을 무덤덤하고 무심한 것으로 바꾼 것 외에는 큰 소득이 없는 듯 했다.

 

* * *

 

서로 반응이 익숙해진 듯 했지만, 사실 호쿠토에게 꽃을 갖다주었던 수많은 이들의 마음이 무덤덤해진 것이었다. 호쿠토는 여전히 고마운 마음 말고는 특별히 가지는 게 없는 듯 했다. 사실 그는 제 마음이 어떤지에도 여유를 갖지 못할 정도로 나름대로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저 나름대로 평정심을 갖겠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바루는 호쿠토를 불렀고, 호쿠토는 저의 긴장을 그렇게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

곧 시작이…….” 호쿠토의 말문은 간단하게 막혔다.

 

스바루는 이날 최고를 향해 달려보자고 웨딩페스를 위해 골랐던 꽃다발을 사용할 날이었다. 을 위해 다함께 골랐던 꽃다발을 호쿠토에게 내밀었다. 호쿠토는 핀잔을 줄까 하다 손으로 그 꽃다발을 밀었다. 스바루는 다시 한 번 더 호쿠토를 기분 좋게 부르며 꽃을 내밀었다. 호쿠토는 그것도 역시 거절했다. 일단은 거절해야할 것 같아서 그랬다. 스바루는 꽃다발을 치웠다.

 

어쩔 수 없네. 아쉬워라, 아쉬워라~! 홋케, 너무 게으른 걸~! 어서 나와,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어느새 긴 복도의 어느 한 곳으로 나간 스바루가 호쿠토를 불렀다. 호쿠토는 헛웃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며칠 동안 스바루의 행동이 유독 긴장한 신랑과 같아 보였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그 상대역을 자청할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복도를 걷는 동안 유독 몸에 걸치고 있는 정장이, 또각거리는 고급 수제화의 소리가, 그리고 바스락 거리는 작은 꽃다발이 신경쓰였다. 그 소리로만 가득 찬 복도는 평소보다도 더 길었다. 그는 점점 가까이 보이는 스바루가 꼭 제 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는 다시 한 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막이 올랐다. 누구보다도 익숙해진 무대 위에 선 호쿠토는 극본에 있는 대로 움직이는 것에만 여전히 익숙한 모양이었다. 뒤에서 그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며 매달려서는 그에게만 들릴 소리로 작게 널 위한 무대라고 생각하며 준비했어.”라고 말하고는 웃으며 가볍디 가벼운 윙크나 날리는 스바루에게 곧장 대처하지는 못했다.

 

그들의 쇼와 같은 스킨십에 큰 함성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호쿠토는 며칠 동안 자신이 아닌 자신의 손에 들린 꽃다발만 내내 보며 골똘히 무언가 생각하던 스바루와 눈이 마주쳤다. 무언가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말이 선명하게 입모양으로 그려졌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냥 저를 향한 그의 고백을 자신이 무시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다시 한 번. 큰 함성 소리가 주변을 채우고, 스바루는 전광판에 비치는 저의 모습과 제 옆에 서서 (나름대로는) 멍하니 있는 호쿠토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마이크를 들어 객석을 향해 말했다.

 

널 위한 무대라고 생각하며 준비했다고, 다시 한 번 말할게!”

 

여전히 여러 명이 아닌 한 명을 위한 말이 크게 울려 퍼졌지만, 아무도 그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그제야 호쿠토는 꽤 오랜 시간동안 자신이 오르지 않았던 무대의 막이 올랐다는 것을 알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