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님 세나루마코(https://twitter.com/yy_623/status/864873370696916992)보고
쾅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짜증으로 가득 찬, 어금니 문 소리로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도 낮게 울렸다. 온갖 곳을 다 열어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세나 이즈미는 찬 숨을 겨우 조절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용서를 구하던 마코토의 문자와 잠깐만 와줄 수 있냐는 아라시의 전화가 같이 얽혔다. 아라시의 성격 상 마코토와는 전혀 무관한 일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얽히는 것이 이즈미를 더 불안하고 짜증나게 했다.
걷는 내내 왜 그런가 생각해보았다. 왜지? 이즈미는 답을 찾는 데 악착같았다. 얼마 전, 아라시가 신이 나 교실로 찾아왔던 것이 생각났다. “유우키군이 나랑 이즈미쨩이랑…….” 다음 말이 뭐더라? 이즈미는 생각해봤다. 시끄럽다고 말을 끊었고, 곧 교사 쿠누기가 왔다. 수업이 시작했는데 왜 여기에 있냐고 그가 물었고, 아라시는 얼굴을 붉히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사실 자세히 보지 않아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냥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꼭 교사 쿠누기가 교실에 올 때에 맞춰서 오곤 했으니까 말이다. 이 기억에 — 세나 이즈미는 물론 — 아니면 말고 식이었다. 지금은 중요한 것이 그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 기억을 되살리다보니 교실에 도착했다. 2학년의 두 교실 사이에서 이즈미는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할지 잠시간 멈춰 생각했다. 어쩌다보니 A반은 진작 지나왔고, 아직 B반까지는 한 걸음이 남았다. 두 교실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정신을 차리니, 이미 그는 B반의 문을 잡고 서있었다.
“열자. 열자……. 하아, 열…자, 잘.”
차마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원래 이유라는 것을 찾는 데 열심이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더욱 그랬다는 말이다. 뭐하려 여기까지 찾아왔나 싶기도 했다. 얼굴을 보자고 한다고 굳이 찾아오는 자신도 웃겼다. 그래서 발걸음을 돌리려고 하는데, 안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수없이 다짐해도 열리지 않았던 문이 저절로 열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자신이 열지 않았고, 그러니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던 장면이 눈앞에 있는 것이라고 위로라도 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본 광경은 기가 막히고, 웃기기도 했으며, 화가 나기도 했다. 이 온갖 감정이 얽혀있는 것은 아무래도 두 사람이 보기 좋게 있어서였을 것이다. 차라리 앉아서 이야기라도 나누고 있으면 끼어들 틈이라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깍지를 낀 손이며, 붉히고 있는 얼굴이 볼만 하다고도 생각했다. 이즈미는 기가 찼고, 웃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웃음이 나지는 않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두 사람은 이즈미를 보았고, 거의 동시에 그를 불렀다.
“이즈미씨…….” / “이즈미쨩.”
그것도 거슬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도저히 나오지가 않았다. 용서를 구한다는 게 이거였나? 이즈미는 차라리 A반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편이 백번은 나았겠다고 생각했다. 급기야 그는 탓을 돌리기로 했다.
그런 이즈미의 생각을 알았는지, 멍해져서는 여전히 아라시를 제 아래에 두고 이즈미를 보고 있는 마코토와 달리 아라시가 먼저 그를 조심스럽게 밀고 비켜 앉았다. 이즈미는 똑바로 앉은 그의 옷부터 대강 살폈다. 넥타이는 아직 그대로이고, 그렇다고 단추가 더 풀린 것도 아니다. 얼굴만 붉혔는가 했는데, 늘 바지 안에 넣고 다니던 셔츠가 나온 것을 보니 갑자기 치밀어올랐다.
누구를 탓하러 가는 걸음인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까 아라시를 찾으러 다닐 때처럼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책상 모서리가 허벅지에 부딪히면서 아렸겠지만, 그때는 그마저도 몰랐다.
이즈미는 앞에 서서 아라시에게 손을 내밀면서도 마코토에게서는 눈을 떼지 못했다.
어째서 이랬어?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참기로 했다. 탓을 많이 하는 아이니까. 이즈미가 참은 이유였다. 아마 오늘 자신에게 걸린 것으로, 사실 크게 잘못한 것이 없었음에도, 스스로를 많이 탓할 것이 눈에 선했으니 말이다.
이즈미는 아라시에게 내민 제 손을 보았다. 자. 선심쓰듯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 아래에는 잡으라는 강요가 있었다. 아라시는 마코토의 어깨를 가볍게 안아주고는 이즈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아라시가 무엇이라고 마코토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즈미는 그것을 들을 정신은 없었다. 마코토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이즈미는 어찌할 줄 몰랐다. 그때 아라시가 잡고 있는 손을 더욱 세게 쥐었다. 그제야 아라시가 세게 잡고 있는 손이며, 허벅지까지 아려왔다.
이즈미는 지친 몸을, 그리고 아라시를 끌고 교실로 나왔다.
* * *
나루카미 아라시는 발소리를 들었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낯선 자극에도 숨을 참고 시위하듯 마코토를 올려다보았다. 웃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곧 생각했던 대로 B반의 문이 열렸다. 놀라 보는 마코토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다음은 뻔했다. 이즈미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렀다. 놀랐음에도 이즈미가 사랑할 목소리였다. 아라시는 그것이 사랑스럽지 못하게 제 목소리를 얹으면 되는 일이었다.
이즈미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그 손을 잡고, 마코토를 위로하듯 안아주면 되었다. 하지만 단번에 잡으면 안됐다. 이즈미가 손을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면서 잡으라고 했다. 그때 잡았다. 그리고 생각했던 대로, 마코토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위로하듯 안아준 것이 아니라, 정말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유우키군 말 대로, 이즈미쨩이랑 나는 닮았네. 그래서 더 잘 아나봐. 고마웠어?”